정규시즌 전반기 마지막 경기와 새로운 마무리 임태훈



드디어 전반기가 끝나고 4 일동안 야구를 볼 수 없다는 아쉬운 마음에

문학으로 달렸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3:2 로 두산의 승리, 3 연전 싹쓸이로 끝났는데...

경기 내용을 살펴보자면 정말 야구 매니아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내용이었다.


거포본능?


김현수가 시즌 첫 홈런을 날렸다.

심상찮은 타구를 날려대며 2007 정규리그 타율 0.304 10타점 4도루 1 홈런

기록중이던 김현수는 이제 완연한 두산의 레귤러가 되었다.

임태훈이 언론빨을 너무 먹은 나머지 묻히고 있는 김현수는

현재까지 180 타석에 들어섰다. 현재 경기까지의 규정타석은 248 타석.

정규시즌 126 경기의 규정 타석은 391 타석이다.

남은 46 경기에서 211 타석을 서기는 좀 힘들어 보인다.

강동우 이후 끊긴 '신인 3 할' 의 계보를 이을 수 있는 선수였는데 아쉽다.

후반기 김현수에게 적어도 5 개정도의 홈런을 기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두산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마무리 투수 문제였다.

그 동안 불안한 마무리로 이름을 날렸던 정재훈이 보직 변신을 예고하고

배짱투구로 신인왕을 노리던 임태훈이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문제는 이날 임태훈이 보인 투구내용이다.


재훈이형 미안해요 그동안 형 오해했어요



임태훈은 이날 팀이 2:1 로 이기던 8 회초 등판,

 2 이닝 동안 47 개의 공을 던지며 총 10 명의 타자를 상대했고

2 피안타 2 볼넷 1 개의 피홈런에 1 자책점을 기록했다.

이중 1 안타와 2 볼넷은 9 회 말에 몰아서 나왔다. 


이러면 정재훈과 다를 바가 없지않은가...

8회 초 등판 하자마자 (8회에 등판 했다는 것에 주목하자) 

선두타자 박경완에게 홈런을 내주며 동점 허용. (정재훈은 올 시즌 피홈런이 한 개도 없다).

이 홈런을 맞은 과정이 가관이다.

박경완이 누군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포수계의 지존.

타격이면 타격, 수비면 수비, 송구면 송구, 볼배합이면 볼 배합...

현재까지 한국 야구계에 박경완에 근접한 포수조차 없다고 본다.


임태훈은 직구 2 개로 스트라이크 잡는데까지 성공한다.

하지만 2 스트라이크 이후에 박경완의 노림수는 뻔하다.

임태훈의 무기는 몸쪽 직구다.

어느 리그를 가나 몸쪽에 리그 fastball 평균 구속 정도의

제구된 직구를 몸쪽에 꽂을 수 있으면 성공 할 수 있다는게 야구계의 정설
이다.

리오스? 리오스의 무기는 fastball 의 무브먼트도 있지만

몸쪽에 제구된 직구를 145km 정도의 구속으로 변화를 주면서 꽂을 수 있다는 것이다.

류현진? 류현진은 직구와 스프링 캠프때 배운 체인지업으로

2006 시즌 다승, 방어율, 탈삼진 투수 3 관왕에 신인왕, MVP 를 석권했다.

류현진의 특기 역시 왼손 140km 후반에 달하는 제구된 직구

오른손 타자의 몸쪽에 꽂아 넣고,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빼았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임태훈도 독보적인 신인왕 후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임태훈이'선배들이 아무리 야구를 잘해도 야구는 확률적으로 투수가 유리하다'

는 자신의 말에서 비롯된 자신감, 즉 자신의 공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145km 에 달하는 공을 몸쪽에 꽂아 넣을 수 있는 배짱이 임태훈의 최고 무기였다.


그러나 그거가지고 마무리는 택도 없다.



박경완은 2 스트라이크 이후 임태훈이 자신에게 승부를 걸 만한 공은

직구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연이어 흘려보내고 커트한다.

임태훈의 슬라이더는 각이 밋밋하다.헛스윙을 유도하기에는 부족하다.

게다가 박경완은 체인지업이 한 개쯤 올거라는 것도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박경완은 '데이터야구' 김성근 밑에서 야구를 시작하고 조범현 밑에서 포수 기량을 닦았다.

임태훈의 구질정도는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즉, 임태훈의 구질 중에서 자신에게 위협적인 것은

임태훈이 던지는 슬로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중에서 직구 뿐이라고 확신하고 기다렸던 것이다.


결과는 홈런



그 후 임태훈은 세 타자를 어렵사리 범타처리 하고

다음 이닝에 첫타자 김강민 1 루수 라인드라이브 (번트실패 병살타 안경현의 속죄 호수비)

다음 타자 박재상 중전안타, 3 번타자 박재홍 볼넷, 4 번 이호준 파울플라이, 5 번 김재현 볼넷

박경완 우익수 플라이 라는 무삼진 이닝으로 2 이닝을 마무리하고 기록상 중간계투로 남는다.


임태훈의 직구는 나쁜 볼이 아니다. 좋은 직구에 가깝다.

볼끝이 살아오르며 공이 한번 더 뻗는 좋은 직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임태훈은 플라이볼 피처로서 꽤 괜찮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내가 좀 더 낫지?



정재훈은 어떤가? 정재훈의 직구는 볼끝이 솔직히 말해 별로다.

티비로 봤을때 무브먼트가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직구를 가졌음에도

그가 마무리 투수로 성공하고 3 년 연속 1 점대 방어율을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제구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문이 제기 될 수 있다. 제구력이 남다른 투수가 왜 그렇게 많은 볼넷을 허용하나?

정재훈은 자신의 공 수준을 알고있다. 프로에 자기보다 직구 볼끝이 좋은 투수는 많다.

그런 투수들의 대부분이 중간계투 정도의 보직에 머무르고 있다.

두산만 해도 노경은, 김상현, 임태훈, 김승회 정도의 중간계투급 투수가

정재훈보다 직구 구속도, 볼끝도 좋다.

물론 나는 두산 투수코치가 아니기 때문에 단언하기도 그렇고...

그냥 티비에서 보이는 볼의 움직임으로 말하는 것이므로 해당 선수가 이 글을 만약 본다면

매우 화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재훈이 좋은 직구로 마무리 투수를 하는 선수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도 정재훈이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었고 2 년 연속 30 세이브 1점대 방어율을

찍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제구력과 변화구다. 물론 일정 수준의 직구가 뒤를 받쳐주기에 가능하다.

제구력이 좋으면서도 볼넷을 많이 주는 이유는 역시....플레이트에 걸치는 콘트롤이 아니면

큰 것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한껏 신중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정재훈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인상은

2005년 한국 시리즈에서 김대익에게 맞은 동점 홈런이다.

위기에 등판한뒤 불을 끄고 나서 긴장이 풀렸는지 변화구가 한복판에 몰려

동점 홈런을 허용하고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은 정재훈...

그런 사건이 밑거름이 되었는지

정재훈은 항상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다.

볼카운트 2-1 에서도 바깥쪽 몸쪽을 직구 위주로 한번씩 찔러보고

2-2 가 되면 뚝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한번 더 꼬셔보고

2-3 에서도 포크볼 혹은 플레이트에 걸치는 직구로 꼬셔본다.

긴박한 상황일 수록 배짱투보다는 돌다리 한번 더 두들겨 보고 가는 쪽을 선택한다.

그러다 보면 볼넷이 많아지고

만루본능을 발휘하다가 만루가 되면 삼진쇼...내야플라이쇼..

아무리 봐도 정재훈은 가장 과소평가되고 있는 투수이다.

마무리 투수 중에서 그렇게 위력적인 변화구를 지니고 있는 투수는

리그에서 아무도 없다.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정재훈을 특급 마무리 반열에 올려놓은 포크볼..

한기주 슬라이더? 볼만 빠르지 각이 미미하다.

오승환...이것저것 다 던지지만 오승환 변화구에 당하는 타자는 요즘 못봤다.

아차 정대현.....정대현은 마구를 던진다...변화구라고 하긴 그렇다...

아 정대현도 한번 이렇게 글로 씨부려보고 싶을 정도로 공이 쩐다...

여튼 정대현을 빼면 정재훈의 공이 아무래도 마무리중에서는 무브먼트가 최고라고 본다.


만약 정재훈이 그대로 마무리로 들어섰다면

박경완이 정재훈의 공을 담장 밖으로 넘길 수 있었을까?

물론 야구에 만약은 없고, 무의미하다.

하지만 박경완의 머리속은 2 가지 경우의 수로 복잡해진다.

직구냐...포크볼이냐...

물론 요즘 정재훈이 분석을 워낙에 많이 당해서 

포크볼 비율이 많이 줄이고'허를 찌르는 직구' 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고

채상병의 볼배합상 큰것을 절대적으로 피할것이므로

낮은 직구로 꼬시다가 볼넷을 줬을 것 같기도 하다..ㅋㅋ


난 한다면 해



임태훈보다 정재훈이 안정적인 마무리임에는 틀림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앞으로 임태훈이 해나갈 마무리를 보려니

불안한 마음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정재훈이 만들어놓은 만루보다 임태훈이 만들어놓은 2 사 2 루가

나에겐 더 불안하고 똥줄타는 장면이다.

실제로 요즘은 정재훈이 만루를 만들어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 -ㅅ-;;

하지만 달감독은 임태훈을 너무 빨리 올려서 미안하다(8회 무사)고 했고

앞으로 임태훈을 마무리로 쓸 것임을 공언했다.

달감독 성격에 한다면 한다...



결정구가 없다는 것은 마무리 투수 자격 미달이고

임태훈은 직구가 결정구이지만 직구로 마무리 투수를 하려면

'세번 살아들어오는 직구' 오승환, '150 중반 직구' 한기주 최대성...

볼끝과 무브먼트로 마무리를 하자면 정대현 조웅천 우규민..

변화구로 마무리를 하자면 정재훈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브레라가 고전하는 이유는 바로 괜찮은 직구 구속(150km) 임에도

볼끝과 컨트롤, 그리고 결정적인 변화구의 각이 안좋기 때문이다.

현대의 마무리 송신영은 논외로 하겠다. 워낙 현대 중계를 볼 기회가 없어서..

오승환이 요즘 맞는 이유도 오승환의 직구가 살아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김동주에게 역전 솔로 홈런을 맞기 전까지

정대현이 0점대 방어율을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 구속이 140을 넘지 못하면서도 언더스로라는 장점에

마구에 가까운 싱커, 떠오르는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위에 언급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도 마무리를 하는 투수가 있다

바로....


난 왜 사복이야 ㅅㅂ...



전설적인 마무리...

구대성은 직구 평균 구속이 140km를 못넘고

그렇게 위력적인 변화구도 없지만

구대성이 가진 구질이 몇개인가....반포크, 서클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직구...

게다가 그의 직구는 공이 손을 떠나기 전까지 보이지 않는

괴이한 투구폼의 덕을 톡톡히 받은데다가 왼손...

계속 주자를 바라보고 있다가 던지면서도 칼같이 제구되는

그 괴상한 직구...거기에다가 십수년의 경험!



나도 개인적으로 정재훈이 선발 투수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마무리 주제에 완급 조절을 하고, 셋포지션에서의 투구도 빠르고...

수비도 탁월하고 (고등학교때까지 유격수 겸업) 특히나 주자가 있을때

신중하게 해나가는 스타일 이므로 선발투수로서의 성공을 더 확신한다.

다만 올해까지는 정재훈이 마무리를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올해 선발이 잘던지고도 승리투수 기회를 날린것은 정재훈이 단 한번 기록했다.

그 이외에 상대편 선발투수도 잘던졌을 경우, 같이 무너졌을 경우 등등의 상황에서 이기는 것도

시즌 중에는 매우 중요하지만, 역시 다 잡은 승리를 놓치는 것처럼 허무한 것은 없다.

이런 엄청난 보직이동에서 알 수 있는 두산 내부의 사정은

구자운의 조기 복귀가 힘들다는 것

이경필의 구위가 회복되지 않아서 노련함만 믿고 선발로 올리기엔 부족하다는 것..

김명제의 지난 호투 이후로도 달감독은 이제 명제를 더 이상 신뢰하는 카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것..

약간 더 확장해보자면 랜들 역시 7 월 안에는 복귀가 힘들지도 모른다는 것 등등이다..

호투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노경은과 김상현을 선발로 끌고 가기엔

후반기에 또 한번의 기적에 가까운 운빨을 발휘해야 될지 모른다는

김경문 감독의 불안함이 엿보이는 인사이동이다.


임태훈과 정재훈 중에서 한 명을 선발로 써야 한다면 답은 무조건 정재훈이다.

하지만 현재 두산 팀 사정을 생각해보면 정재훈이 마무리를 비울 수는 없다.

달감독이라고 그걸 모를까? 하지만 한두게임 놓치더라도 반드시 후반에는

안정된 선발로테이션을 돌리고 싶다는 의지가 확실해 보인다.


내 생각에는 정재훈은 올 플레이오프에 반드시 마무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임태훈이 가야될 길은 명확하다.

지금까지처럼 배짱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게 마무리 투수는 아니다

확실한 완급 조절과 변화구 낙차를 개선하는것이 급선무이고..

구대성을 본받는게 중요하다.

임태훈이 경기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볼 준비는 되어있다.

잘 하길 빈다. 안 그러면 찌질이들에게 욕을 배로 먹을것이다.

한 두 게임정도는 날려도 좋다. 앞으로의 성장에 밑거름이 된다면...



이 사람은 정말 뭐라고 더 할 말이 없다.

정대현에게 역전 솔로 홈런을 뽑아내며 경기를 결정지었다.

by CrackheaD | 2007/07/18 14:33 | 야구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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